학술활동

형광등 불빛에 기미, 주근깨 생길까? - 박석범 원장

형광등 불빛에 기미, 주근깨 생길까? 


기미나 주근깨 같은 색소 문제로 병원에 오신 분들 중에 상당수가 이런 질문을 한다.


"실내 조명에 의해서도 기미나 주근깨가 생기나요?"
"일하는 곳이 조명이 밝아서 기미가 나빠질까 걱정입니다..."
"실내에서도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라는 것은 실내 조명에도 자외선이 있기 때문이죠?"


실제로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경우에는 진실을 모르고 잘못된 상식으로 불필요한 걱정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필자의 경우도 잡지나 인터넷 등에서 "형광등 불빛에도 자외선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기미가 생길 수 있으니 자외선 차단제를 꼭 발라야 한다" 라는 내용을 본 적이 있을 정도이니 일반인뿐 아니라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 조차도 잘못된 정보를 계속 전파하고 있는 듯 하다.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 형광등에서도 자외선이 나온다?


실제로 실내조명에 의해 피부가 노화된다거나, 기미가 생긴다느니, 심지어 탄다는 얘기까지 조명과 관련된 속설이 피부미인을 꿈꾸는 여성들 사이에서 오르내리는 것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형광등의 불빛에는 자외선이 거의 없으므로 피부에 닿아서 노화나 피부 상태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닌 만큼 이를 우려해 자외선 차단제를 바를 필요까지는 없다는 것이 이 물음에 대한 진실이다.


형광등의 불빛이 피부에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여부는 그 불빛의 성분, 특히 자외선과 관련해 설명할 수 있는데 햇빛처럼 자외선에 직접 노출되어 피부에 닿게 되면 피부 노화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형광등 불빛은 자외선 방출량이 극히 미미해 그럴 가능성이 희박하기때문이다.


형광등은 진공 유리관에 소량의 수은 증기와 방전을 쉽게 하기 위한 아르곤 가스를 넣고 봉한 다음, 양 끝에 전극을 붙인 것으로, 이 전극 사이에 높은 전압을 걸면 방전이 일어나 빛을 발하게 된다. 이 때 방전이 일어나 나타나는 빛은 자외선이지만, 이 자외선이 유리관 안쪽의 형광물질과 반응하여 궁극적으로 형광등은 가시광선을 방출하게 되어 빛을 발하므로  형광등이 방출하는 자외선의 양은 햇빛의 수백만분의 1에 해당하는 양이므로 인체나 피부에 영향을 주는 일은 없다는 것이 과학적인 진실이다.


즉, 일반 조명용 형광등에서 나오는 자외선은 유리 내부 표면에 붙은 형광체라는 물질에 의해 가시광선으로 바뀌며 가시광선으로 바뀌지 않는 아주 일부의 자외선은 형광등의 유리가 흡수해 버리므로 염려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형광등으로 인해 피부가 탄다든지, 노화를 일으킨다든지, 기미를 유발시킨다든지 하는 얘기는 근거 없는 속설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실내에서도 자외선 차단제를 발라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는 아주 작은 창문으로도 햇빛이 들어와서 반사를 통해 피부 표면에 자외선이 도달하기 때문이다. 유리창이 있다 하더라도 자외선은 통과되므로 햇볕이 있는 동안에는 창문이 있는 실내에 있더라도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햇볕이 없는 밤 시간에 형광등 불빛이 자외선을 방출해서 그것에 의해 피부에 손상을 일으킬까 봐 염려스러워 차단제를 바르거나, 햇볕이 들어올 수 없이 차광된 실내에서 굳이 자외선 차단제를 바를 필요는 없다.


* 강한 불빛 아래서 오랫동안 노출되어도 문제는 없는가?


보통 피부가 타는 것은 자외선으로 인해 생기는 멜라닌 색소 침착에 의한 것인데 불빛과 가장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는 스탠드 아래나 혹은 아주 강렬한 조명 아래서 오랫동안노출될 경우 피부 아래 있는 멜라닌 색소들이 자극 받지 않겠느냐는 의문도 많다.


물론 과도하게 강한 조명 빛에 노출될 경우 자외선 이외의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멜라닌 색소는 일시적으로 증가할 수 있으며 오랜 시간을 두고 지속적으로 강한 조명 빛에 노출이 된다면 분명 피부에 무리가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이는 피부를 까맣게 태우거나 할 정도의 것은 아니며, 강한 조명의 복사열로 인해 피부의 건조 증상이 심해지면서 약간의 트러블을 줄 수 있을 뿐, 불빛으로 인해 노화나 기미가 생길 것을 걱정하는 일이 오히려 우려가 지나쳐 스트레스를 유발해 피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일반적으로 백열전등, 형광등 같은 인공조명기구들은 불을 켜면 여러 가지의 전자기파를 발산하게 되는데, 우리가 눈으로 인식할 수 있는 가시광선은 그 일부분일 뿐이다.


백열전등은 불빛이 약간 노란색 계통이고 적외선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아래에 있으면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 그에 반해 일반형광등은 광색이 백색계통인데 파장이 짧은 자외선이 많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인체에 해가 될만한 빛, 예를 들어 피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량의 자외선이 방출된다든지 하는 조명 제품은 생산 및 유통되지 않으며 공인된 기관의 검열을 거친 형광등이 실제 쓰이고 있으므로 불빛 아래서 이 같은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


심지어 박물관이나 미술관의 조명의 경우 일반 형광등을 사용하게 되면 극미량의 자외선에 의해서도 장기간에 걸쳐 미술품의 색깔이 변색,퇴색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자외선을제거한 특수램프를 사용하고 있을 정도다.


다만 일반 피부관리실에서 피부를 검게 그을릴 목적으로 사용하는 선탠(sun-tan) 기구나 피부과에서 특정 피부질환의 치료에 사용하는 자외선치료기에는 다량의 자외선이 방출되는 것처럼 일반 가정용 및 상업적 조명 이외에 특수 목적으로는 자외선이 방출되는 램프가 사용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