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활동

꿈꾸는 에스프레소 (장경애 원장)



 



이 제목은 내가 생각해 낸 말은 아니다.
아침마다 운동하면서 듣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한 패널(신문기자)이 자신의
블로그 이름이라면서 설명하는데, 내 뇌리를 강하게 요동시킨 말이었다.
“꿈꾸는”은 꿈을 꾸는 자는 늙지 않는다는 믿음 때문에, “에스프레소”는 자신이 워낙 커피를 좋아해서,
두 단어를 결합시켜서 지었다고 한다. 그래, 그게 바로 내 삶의 모토잖아!!
 


  

특히 “에스프레소”.
커피는 내게 있어서 하루를 시작하게 만드는 eye-opener이자 에너지의 원천, 신념, 종교 같은 면이 있다. 어떨 때는 식사를 별로 식욕이 없거나 귀찮아서 거르고 싶을 때도 있지만 식후의 커피 한잔을 마시고 싶어 식사를 할 때가 있을 정도이다.
현재의 남편을 만나기 전 어머님께서 내게 선을 보라면서 “잘 생기고, 능력있고, 술도 안마시고, 커피도 안마시고..”라면서 어떤 낯설게 웃고 있는 남자의 얼굴이 담긴 사진을 내미시는데, “잘생기고”, “능력있고” 까지는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지만 이후의 그 남자를 설명한 단어들을 듣고는 강하게 “No!!”를 외치게 되었다.
술 마실 줄도 모르고 더구나 커피 맛도 모르는 사람이 어찌 인생을 알겠는가? 난 평소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람과는 대화가 좀 답답하게 느껴지는 사람인데..



커피를 처음 마시게 된 것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중학교 2학년 겨울 방학인 것 같다.
당시 많은 사춘기 소녀들이 그렇듯이 난 전혜린의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를 읽고 심연을
울리는 큰 감동을 받았다. 글 중에 가배(잔을 뜻하는 일본식 단어인 듯)로 마시는 커피 얘기가
얼마나 많이 나오는지, 전혜린의 글을 읽으면서 그 느낌을 느껴보고자 처음 커피를 마셔보았고,
커피를 마시면서 밤새도록 책을 읽었다고 하기에 나도 커피를 마시면서 밤새 데미안이니,
폭풍의 언덕이니를 읽었던 것 같다. 어쨌거나 그때부터 맛도 모르면서 마시기 시작한 커피를
어느 순간부터는 맛을 음미하면서 마시게 되었고, 요즘은 커피없는 하루는 상상하기가 힘들 정도이다.
별로 커피를 즐기지 않는 남편은(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람과 결혼까지 하게 되었으니 얼마나
큰 장점이 있는 것이랴..우리 남편은) 직장인들이 주말이면 두통을 호소하는 원인이 주말엔
커피를 마시지 않아서 그런 것이라는데, 난 주말에 머리가 아프지는 않냐고 물어봐서 “주말에도
충분히 마셔주기 때문에 그런 것은 모른다”고 대답해줬다.



피부과를 찾는 사람 중에 커피는 마셔도 되냐고 묻는 분들이 많다. 그러면 늘 나는 술과 담배는
악화 요인이 될 수 있지만 커피는 전혀 문제없다고 대답해드린다. 사실이다. 안면홍조가 있는 분들
중에 얼굴이 더 붉어질까봐 커피도 안마신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너무 뜨거운 커피는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식힌 커피 는 상관없다고 대답해드린다. 뜨거움이 문제지, 커피는 문제가 없다.
오히려 어느 정도의 커피는 심장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기사도 많지 않은가?
실제로 최근 영국 <텔레그래프>는 커피가 심장질환과 뇌경색 등을 예방해 줄 수 있다고 논문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논문에 따르면, 커피를 마시는 경우 심장혈관 질환의 위험성을 약 30% 정도
감소시켜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하루에 섭취하는 항산화 물질의 약 60%가 커피를 통해
흡수
된다고 밝혀 커피의 효과를 강조했다. 항산화 물질은 세포들의 노화와 혈관을 막는 물질의
생성을 막아주어 신체 및 피부 노화를 막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생을 알고 커피 맛을 즐길 줄 아는 우리.
비가 오는 날엔 분위기 있게 헤이즐넛 한잔,
쌀쌀한 날엔 크림이 풍부한 카푸치노 한잔,
오늘처럼 하늘이 우중충한 날엔 진한 에스프레소 한잔으로
기분 전환을 해보자.